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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카티스템 및 제조사 메디포스트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Prologue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 병원을 찾은 환자분, 진료실에 들어서니 정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여러가지를 물어봅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무릎을 다친적이 있으신가요?"
"무릎 검사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하고, 전문의 선생님이 무릎의 이곳 저곳을 눌러보면서 아픈지 묻습니다.
언젠가부터 무릎이 좀 부은 것 같기도하고, 시큰거리고 아프기도하고, 특히나 무릎 안쪽이 자주 아픈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우선 x-ray를 찍고 오자고 하십니다. 처음 찍어보는 자세로 촬영을 해서 여쭤보니, 다리 정렬을 보는 검사라고 하십니다.
"다리가 오다리가 좀 있으시네요. 무릎 안쪽 관절면도 좁아져 있으셔서, 관절 연골을 보기 위해서 MRI를 찍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MRI 촬영까지 합니다.
"MRI 소견을 보니 관절 내측 연골이 많이 닳으셨네요. 크기가 제법 커서 연골 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세천공술이라고 관절 연골에 구멍을 내면 피가 나오면서 연골 재생을 자연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이 있구요,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줄기세포라고해서 카티스템이라는 재료를 이용해서 덮어주면 더 좋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오니 상담해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이 이것 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수술하기 전/후 사진도 보여주시고, 사진으로 직접 보니 진짜 연골이 감쪽같이 재생된 것처럼 보입니다. 좋은 수술인건 알겠는데 입원하여 수술하는데 비용이 거의 천만원 가까이 나옵니다.(비급여 제품의 경우 병원마다 가격이 상이할 수 있습니다.) 실비 보험이 있긴 하지만 본인 부담비용도 꽤 있어 걱정됩니다. 과연 카티스템, 비싸더라도 반드시 써야할까요?
카티스템이란?
카티스템은은 '동종제대혈유래중간엽줄기세포'에 히알루론산을 첨가하여 만든 제품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이름이죠? 쉽게 말하면, 아기가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분리 배양하여 만드는 것입니다. 제대혈에서 나온 줄기세포를 통해 체취한 이 성분은, 자가 복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미성숙한 세포이기에 이식 후에 연골, 뼈, 근육, 지방 등 다양한 신체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성체줄기세포입니다.
무릎 관절연골의 결손이 심한 환자의 결손 부위에 이 제품을 도포하게 되면, 특정 단백질을 분비하여 연골의 분해 억제, 항염증 작용, 연골 재생 촉진 등의 작용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조사인 국내 회사 '메디 포스트'의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잘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카티스템이란 재료 자체가 연골 결손부위를 '대체'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도와주는' 작용을 하는 제품입니다. 줄기세포 주사에 대해 환자분들이 많이 오해하시는 내용중 하나가, 줄기세포주사를 놓으면 결손부위에 껌닥지처럼 달라붙어서 다친 연골을 '대체' 해 준다는 오해입니다.
도와준다는 의미는 달리 말하면 이 제품이 없어도 원래 연골 재생은 어느정도 된다는 의미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필수'로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카티스템은 연골재생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요?
카티스템의 연골 재생 효과에 관한 근거들
카티스템의 효과에 대해 여러 논문들에서 다뤄왔지만, 2021년 국내 여러 저명한 대학의 슬관절 교수님들이 참여하여 시행한 3상 연구가 있습니다. 이름만 봐도 유명하신 교수님들이 참여한 연구로, 2025년 4월 현재 약 91개의 논문에서 인용하였을 만큼 권위있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임상실험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분포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연골 재생을 유도하기 위해 하는 시술인, 미세천공술을 기본으로 시행합니다. 그리고 그룹을
(1) 미세천공술 시행 후 카티스템을 도포한 그룹
(2) 미세천공술만 시행한 그룹
으로 나누어서 결과를 비교하였습니다. 이 두 그룹 환자의 성상이 달라버리면, 예를들면 카티스템을 도포한 환자군이 더 연골 손상이 덜한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면 결과에 차이를 줄 수 있기에, 위와 같이 표를 통해서 두 군의 차이가 없음을 나타내줬네요.
다음은 수술 후에 48주 후의 결과에 대한 표입니다. 무슨말인지 일반인은 알기 힘들지만, 여기에 표시된 ICRS grade라는 것은 연골의 손상 정도를 표현하는 것인데요, 이 등급이 카티스템을 도포한 환자군(UCB-MSC-HA, 좌측)에서 더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여러가지 점수를 합산해서 grade를 매기지만, 쉽게 생각하면 '거시적으로(Macroscopic) 평가한 연골 손상의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보시면됩니다. 시각적으로 좋아지면 된거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시각적인 점수가 좋아졌다고해서 주관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 같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요. 무슨이야기냐구요? 다음 그래프를 보시겠습니다.
파란색 선은 카티스템을 도포한 환자군이구요, 붉은 점선은 미세천공술만 시행한 환자군입니다.
A 그래프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통증 점수인 VAS 점수를 의미합니다. B,C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무릎 관절의 기능에 대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기능 점수입니다. WOMAC 점수는 높을수록 안좋고, IKDC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래프들을 보시면 48주에 측정한 점수는 두 군 간에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연골 재생에 대한 시각적인 점수는 호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에 있어서는 48주까지 두 군에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 카티스템이 처음 도입 된 이후로 의사들 모두 직감적으로 느끼고,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경우에는 48주 이후, 즉 약 60개월까지 추적하여 주관적인 만족도에 대해 추적 관찰 하였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을 할 순 없었구요, 대략 1/4 정도의 환자를 추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값이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수술 후 1년까진 차이가 없었지만, 3년뒤부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있다고 그래프는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래프 차이가 어느 정도의 차이를 의미하는 걸까요? VAS점수라는게 30점인것과 20점인것과는 내가 느끼는 차이가 얼마나 있는 것일까요? 다른 논문들에서는 카티스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2021년 이후로 무릎 관절의 연골 손상에 대한 치료를 주제로한 논문 중에서 카티스템에 대해 언급한 논문 중 인용회수가 가장 많은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관절 연골의 손상 정도에 대해 세세하게 분류하고 각 정도마다 치료 방법에 대해 현재까지 발표된 다양한 논문들의 결과를 분석해서 학문적인 근거가 충분한 치료부터 아직 부족한 치료까지 등급을 나누어 제시하였습니다.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해 제시하고, 그 근거가 충분한지까지 제시하여 객관성을 높인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논문의 '근거 충실도에 대한 근거'가 궁금하시다면 해당 논문의 레퍼런스를 살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시게되면 재미난 표가 하나 들어있는데요, 해당 논문에서 카티스템을 치료의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연골 병변의 크기가 2-4제곱센치미터 이내에서만, 그 중에서도 'Low level of evidence'로 소개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달리말하자면, 제한된 병변의 크기 내에서만 써야하고, 치료 방법 선택지중에서는 우선순위에서 좀 뒤로 밀려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 발표한 논문의 표를 보면 병변의 평균 크기가 각각 4.9 제곱센치와 4.0 제곱센치로 되어있는 것이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외국 논문의 경우 4.0제곱센치를 넘어서면 추천하는 방법 중에 카티스템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연골 재생술에 대한 최신 지견을 리뷰한 2024년 논문에서는 (인용회수 현재 8회) 위에 언급한 국내 논문을 래퍼런스로 ICRS 점수는 좋아졌으나 기능적 점수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점만 언급하였습니다. 3년 이후의 결과에 대해선 어떤 이유에서인지 언급하지 않았네요.
이외에도 학술 전용 검색 사이트인 Google Scholar를 통해 2024년 이후 카티스템의 임상적 결과에 대해 다룬 논문들을 검색해보았는데요, 국내에서 진행한 논문 이외에는 (해당 건도 오스굿씨 병의 치료에 관한 내용.) 특별한 내용이 없습니다.
카티스템의 효과에 대해서 언급한 논문들도 래퍼런스를 보면 메디포스트에서 2019년에 발표한 페이퍼를 토대로 쓴 내용이었습니다.
메디포스트 홈페이지에 있는 현재 허가사항을 보면 국내는 허가되어있지만, 미국 FDA는 아직 1/2a상에 머물러있고, 일본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아까 보여드렸던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면, 논문이 카티스템 제조사인 메디포스트의 스폰서를 받았다는 내용이 쓰여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신기술은 후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여러가지 내용들을 비추어보았을 때, 제조사 측에서 유의미한 evidence를 확보하기 위해서 후원하여 논문 작성이 진행된 것은 맞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카티스템은 의미가 없을까요? 3년 후에는 지표가 좋네요?
물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을 사용하지는 않겠죠. 지표상으로 보아도 그렇고, 여러 Review 논문들을 보아도 어디에도 카티스템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곳은 없습니다. 다만 '연골 손상이 있으면 카티스템을 무조건 써야한다' 할 정도의 근거가 아직까지는 확보가 되지 못했다는 정도로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논문들이 새로 떠오르는 신기술로 소개를 하고 있고, 설마 국내에서 저명한 교수님들이 모여서 쓴 논문이 거짓 정보를 담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까요. (물론 리뷰 논문들에서 소개하는 래퍼런스가 국내 연구진들의 논문, 그리고 제조사의 후원이 담겨있는 논문이 대부분이라는게 좀 걸리기는 하지만요.)
3년 후에 지표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뇌피셜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으셨으면..
1) 비용에 의한 오류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카티스템을 사용한 환자분들이, 그냥 미세천공술만 한 환자분들보다 본인이 쓴 비용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본인의 무릎 상태가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기능 점수 및 통증 점수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VAS 점수가 30점인 경우와 40점인 경우의 차이는 생각보다 거의 느끼기 힘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2) 애프터 서비스의 차이
1번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카티스템이라는 비싼 시술을 받은 환자분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좀 더 되는 분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무릎 관절강내 주사라던지 (히알루론산) 근력운동 재활치료라던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주관적인 통증 및 기능에 대해서 완화시켜줄 수 있는 치료를 지속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카티스템, 꼭 사용해야할까요?
지금까지 어려운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결론적으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우리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최첨단 기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정형외과적 부분만이 아니라, 내과, 외과, 안과, 그리고 미용 분야에서까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이러한 신기술 등 중 상당수는 도입이 된지 얼마 안된 기술들이 대부분이며, 그 임상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적어도 한세대는 지나봐야 가치있는 데이터들이 모인다는 생각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안과의사들이 라식안한다 이런말들도 있죠? 카티스템과 라식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찌보면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 카티스템을 사용한 환자들이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더 주관적인 증상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느낌을 못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카티스템은 수술 후에 '보이는' 결과에 대해서 의사가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면서, 카티스템 사용이 학문적이건, 임상적이건, 더 우월한 모습들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맹목적으로 생각만 하던 카티스템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서, 이번 글을 쓰면서 공부해 본 결과로는 아직은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비용에 대해서 걱정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카티스템을 사용해서 나쁠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데, 없는 돈가지 빚내서 할 시술은 아닌 것 같다라는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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